홍콩 여행 - 1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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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3월 20일, 홍콩 익스프레스를 타고 홍콩 여행을 떠났다.
어떤 아저씨가 출발 직전 갑자기 고성을 지르며 난동을 부리는 바람에 살짝 지연이 되긴 했지만, 다행히(?) 그 사람이 빠르게 비행기에서 내리며 예상 도착 시간에 제때 도착할 수 있었다. 아저씨가 생각보다 너무 빠르게 비행기에서 내려서 친구들과 “이 정도면 그냥 집에 뭔가 놓고 온 게 아니었을까?” 싶었지만 어쨌건 순조로운 출발이었다.
홍콩 공항에 내려서 Klook으로 미리 예매한 옥토퍼스 카드를 픽업하고, HSBC ATM에서 토스 카드로 홍콩 달러를 뽑았다. 공항 철도 타는 곳 앞을 비롯해 공항 곳곳에 ATM기가 있으니 굳이 사람들 줄 서는 곳에서 뽑지는 않아도 될 것 같다.
공항 철도는 Klook에서 미리 티켓을 끊고 탔는데, 옥토퍼스 카드를 찍고 타는 것보다 이게 더 저렴했다. 공항 철도는 깨끗한 편이었고, 토요일 오후임에도 불구하고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았다. 다만, 정방향 좌석, 역방향 좌석이 섞여 있는 구조였고 우리는 역방향으로 타서 조금 불편했다.
우리는 완차이 역에 있는 Hopewell Hotel에 묵었다. 지어진 지 얼마 안 된 5성급 호텔이었고, 친구들과 3박 동안 아주 편하게 지냈다. 지하철, 버스, 트램 모두 호텔 근처에서 탈 수 있었고 바로 앞에 한국 사람들이 많이 가는 마이컵오브티, 베이크하우스 등 맛집들이 많아 만족스러웠다.
호텔에 체크인한 다음 잠시 쉬다가 호텔 근처에 있는 Kam’s Roast Goose 로 향했다. 친구가 거위구이 먹고 싶다는 얘기를 몇 번 했었기 때문에 오기 전 미리 거위구이 맛집을 찾아봤는데, 구글 리뷰도 좋고 호텔과 가까워서 이 집을 택했다. 다만 11년 연속으로 미슐랭에 선정될 정도의 맛집이라 약 1시간 반 정도 웨이팅을 해야만 했다.
우리가 5시반 정도에 갔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웨이팅이 제법 있었고 우리는 7시가 넘어서야 들어갈 수 있었다. 처음에 아무 것도 모르고 사람들 옆에 섰는데 앞에 있는 홍콩 친구들이 번호표 받아야 하는 것을 알려줘서 다행히 크게 시간 낭비하지 않았다.
앞에 거위구이가 걸려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는데, 어찌나 많이 팔리는지 우리가 기다리는 동안 사진에 있는 거위는 다 팔리고 새 거위구이로 전부 교체되었다. 긴 기다림에 지치긴 했지만, 그래도 거위구이 구경하는 것은 재미있는 일이었다.
친구들이 지쳐서 거의 바닥에 앉아있을 때 쯤, 가게에서 직원이 나와 우리를 불렀다. 감사하게도 우리는 4인 테이블을 혼자 쓸 수 있었고 테이블이 구석에 있었기 때문에 짐을 놓을 자리도 있었다. 2명이서 가거나 혼자 가면 다른 사람들과 합석을 해야하는 것 같았는데, 좁고 불편해 보였다.
우리는 거위구이, 거위간, 차슈, 볶음국수, 그리고 오이를 시켰다. 거위구이는 정말 맛있었다. 거위 고기가 이렇게 부드러울 수 있나 싶을 정도였다. 껍질도 바삭바삭하고, 향도 개인적으로는 별로 느껴지지 않았다. 다만 나는 고수도 잘 먹고, 애초에 해외에서 냄새로 인해 음식을 못 먹어본 적이 없으니 그것은 감안해야 한다.
아쉽게도 오이를 제외한 나머지 요리는 전부 별로였다. 거위간은 우리가 순대를 먹을 때 먹는 간과 비슷했는데, 우리는 간을 바짝 말려 먹는다면, 여기는 거위 간을 굉장히 부드럽게 쪄서 먹는 차이가 있었다. 차슈와 볶음국수는 맛이 없다기 보다는 아무 맛이 안 느껴지는 슴슴한 편이어서 마음에 들지 않았다. 오이는 새콤한 맛이라 느끼한 편인 거위와 잘 어울렸다.
Kam’s Roast Goose를 다시 방문하게 된다면 나는 거위구이와 흰 밥만 시킬 것 같다. 애초에 런치 메뉴 세트가 그런 식으로 구성되어 있던데 이 구성이 제일 만족스러울 것 같다. 다만, 거위구이가 상당히 기름진 편이라 먹다보면 느끼할 수 있으니 오이와 콜라 또는 맥주 정도는 시키는 것이 좋을 것 같다.
Kam’s Roast Goose에서는 토스 카드를 사용할 수 있었다.
저녁을 먹은 후에는 소화도 시킬 겸 그냥 무작정 걸어다니기 시작했다.
작년에 번개장터에서 구매한 소니 RX100 M3를 이번 여행에 들고 갔는데 걸어 다니며 이것 저것 찍을 수 있어서 재미있었다. 선선한 날씨였기 때문에 걸어다니기 좋았고, 첫 날이라 그런지 다들 체력이 남은 상태라 거의 1시간 반 정도를 정처없이 돌아다녔다.
생각보다 길거리는 깨끗했고, 사람들도 그리 많지 않았다. 여행자들이 많이 찾는 란콰이퐁 같은 곳을 갔으면 토요일 밤이니 길거리가 북적댔을 것 같지만, 우리는 그냥 발이 가는 대로 돌아다녔다.

걷다보니 Wan Chai Ferry Pier까지 왔다. 런닝하러 나온 사람들도 많았고 우리처럼 산책 나온 현지인들도 많았다. 버스킹을 하는 분도 있었는데 노래를 상당히 못해 인상 깊었다.
10시 쯤 되어 숙소 근처로 돌아와 근처에 있는 펍에서 맥주를 마셨다. 마침 토요일이라 EPL 경기가 진행 중이었는데, 여기는 리버풀 대 브라이튼 경기를 틀어줬다. 브라이튼이 리버풀을 압도하며 이긴 경기였는데, 브라이튼 윙어 Minteh가 인상 깊었다. 리버풀은 공격 전개도 시원찮은 편이었고 솔직히 브라이튼이 이길만한 경기였던 것 같다. 제임스 밀너가 브라이튼 선발로 아직도 뛰는 걸 보고 상당히 놀랐다.
그렇게 홍콩 여행의 첫 날 밤이 저물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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